한경훈 원장
(산수유한의원/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IBCLC/한양대대학원 문화인류학 전공)

“어머, 남자 원장님이시네요. 한의원 이름도 그렇고, 수유상담가라고 해서 여자 원장님일 줄 알았어요.”

산후 회복 및 수유 상담으로 내원한 분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의외라는 듯 말씀하십니다. 진료 중 수유에 어려움은 없는지 묻고, 밤중 수유에 대해 갖고 있는 염려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주니 산모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3년 전 첫 아이를 조산원에서 분만한 덕에 출산 직후 젖을 물릴 수 있었고, 조산사 선생님의 교육과 도움으로 무난하게 수유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 수유와 관련한 크고 작은 어려움과 궁금함이 생겨났습니다. 수유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 막연한데다, 수유모의 음식은 무엇을 얼마나 엄격하게 제한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백일 즈음 생겨난 아이의 피부염이나 아내의 반복되는 유두열상 등의 문제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면, 다양한 정보가 있지만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의 국제인증수유상담가 대비 강좌를 알게 되었는데, 이전부터 소아진료에도 뜻이 있었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모유은행과 산후조리원을 직접 운영했던 강사 원장님도 계셨고, 한의사이자 산모, 수유모로서 직접 겪은 이야기를 담은 강사 원장님들의 강의는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때때로 외부 전문가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유익했습니다. 진료와 육아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뜻을 모아 학회를 세우고, 교재를 번역해 출판해낸 학회임원진 원장님들의 열정도 대단했지만, 그 모든 과정에 따뜻한 배려와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 분위기가 참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당시 천안에서 서울로 오고 가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9회의 강의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아내의 수유에 적극적인 조력자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인들과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모유 수유를 권장하며 여러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의 중에는 영유아 및 모체의 생리와 병리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어 진료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듬해 치른 국제인증수유상담가 시험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공부가 되어 마침 가정분만으로 맞이한 둘째 아이의 수유에 보다 적극적인 조력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전부터 계획하던 타전공 대학원 진학차 지역을 옮겨 개원하면서, 한의원의 이름에 ‘수유’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물론 실상은 작은 동네 한의원이지만 때때로 산모를 진료할 때 이전보다 더 빠르고 깊게 라포 형성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새로 시작한 학업의 연구주제도 당장은 출산의 문화가 중심이지만, 차츰 수유문화로 확장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산과 수유라는 인간의 원초적 경험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몸과 의료에 대한 문화적 다양성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덧붙임)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의 국제인증수유상담가 자격 응시를 위한 강의를 준비 중입니다. 올해 첫 강의는 4월22일에 열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민족의학신문 홈페이지나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카페 http://cafe.naver.com/breastfeed의 ;공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