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신경정신질환이 없었던 사람도 출산 후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산후우울증 때문이지요. 산후우울증은 초산모의 경우 10∼20%로 상당히 흔한데요. 출산 직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슬프고 우울한 기분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3~4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호전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보통 산후 2~6주 사이에 시작돼 수개월간 지속되면 일시적 우울감이 아닌 산후우울증으로 의심될 수 있습니다.

 

 

우울한 기분을 느끼며, 잠을 못자고, 쉽게 피곤해지며, 만사에 의욕을 잃고, 과거 일을 자책하고, 앞일을 비관하며, 심하면 자살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주위의 많은 이들로부터 축복받고 아기와 함께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 시기에,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아이와 아이의 양육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우울한 느낌을 갖는다는 점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타인에게 이야기하기를 꺼리게 되면서 일반 우울증에 비해 죄책감과 불안증상이 더 심합니다. 이것의 영향은 환자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아서 부부관계를 악화시키며,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게 됩니다.

 

 

항우울제를 오랜 기간 사용하는 것은 아기의 중추신경계와 뇌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의료인들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엄마들에게 모유수유를 중단하라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모유수유를 통해 자신이 엄마로서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모유수유가 엄마의 신경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반응을 견디게 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인증수유상담가협회(ILCA)에서는 모유수유를 유지하면서 산후우울증을 다스리는 방안을 권합니다. 이에 따라 항우울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산후우울증을 호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① 비타민 B6, B12와 엽산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야채와 과일의 보충이 필요하다.

② 생선에 많이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중추신경계에 필수적이다.

③ 일주일에 2~3번, 한번에 20분 동안 운동하는 것은 항우울제만큼 효과적이다.

④ 인지행동치료와 대인관계치료는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약물복용만큼 효과적이었다.

 

 

한의학적으로 ‘산후풍’은 산후우울감, 산후우울증의 개념이 포함돼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산후우울증은 간기울결 (肝氣鬱結)의 범주에 속하며 이에 상응하는 한방처방이 사용돼 왔습니다. 특히 산후우울증을 치료하는 한약 복합처방 중 소요산 (逍遙散)은 최근 효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는데 뇌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많이 방출되는 코르티코트로핀방출 호르몬을 낮춰주며 두통 불면 불안 등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미국, 스웨덴, 호주 등에서 항우울제 대신 한약이나 한방 침술을 사용해 산후 우울증을 완화시키고 있으며 그 효과를 연구해 보고하고 있습니다.